4대강 공사구역에서 발견된 낙단보 마애불 앞에 최근 콘크리트 옹벽을 시공하는 등 종단과의 협의 없이 공사가 재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낙동강 32공구 시공업체인 두산건설은 지난 3월 말 경부터 마애불 앞에 콘크리트 옹벽공사를 위한 공사를 실시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높이 6m이상의 거대한 옹벽이 마애불 앞에 들어서게 된다.

구미 대둔사에 주석하며 매일 마애불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혜국스님에 따르면 현재 마애불 앞은 2~3m 정도의 공간만 남겨진 채 모두 파헤쳐져 있다고 전했다. 혜국스님은 “3월 말부터 공사를 시작해 협소한 공간에서 기도를 진행해 왔다”며 “예불을 올리기에 상황이 점점 열악해져 진흙바닥에 서서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번 공사가 진행될 경우 제2마애불 발굴 예정지에도 영향을 미처 발굴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사 재개와 관련 조계종은 종단과의 협의 없이 진행된 공사에 항의하며 공사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조계종은 지난 11일 발표한 입장을 통해 “4월6일 (문화재청과) 발굴관련 협의를 위하여 현장을 실사한 결과 이미 옹벽 및 전력제어실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며 “이는 당초 상호 협의하여 진행하기로 한 약속을 불이행한 것이며, 공사의 방식이나 형태로 보아 제2 마애부처님 발굴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문화재청이 종단과의 약속을 불이행하는 것은 문화재 보존보다는 4대강 공사 등의 개발에만 관심 있는 기관이라 의심되는 상징적 사례라고 판단된다”며 “문화재청은 즉각 공사를 중지시키고 문화재 발굴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긴급 현장조사에 나선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는 11일 공사 현장을 다시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아울러 13일엔 문화재청에 항의 방문해 △낙단보 공사의 즉각 중단 △제2마애부처님 발굴 조사 착수 등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4월12일 현재)

한편 사단법인 대한불교청년회 역시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의 즉각 중단을 정부에 촉구했다. 정우식 대불청 회장은 기자회견문에서 공사 강행에 대해 “생명을 파괴하는 4대강 공사를 중지하지 않고 불교계에 대한 우롱과 훼불, 폄훼를 계속한다면 정권 퇴진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불교신문 2712호/ 4월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