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백양사 사건’에 대한 종단 차원의 참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언론의 지나친 선정보도와 비도덕적인 도둑촬영(盜撮) 등에 대한 각성의 목소리도 높다. 본지는 이에 총림의 율주 스님, 교구본사 주지 스님, 전국비구니회장 스님 등 각계 스님과 포교사단장 대한불교청년회장 등 불교계를 대표하는 재가불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 명우스님 / 전국비구니회장

처음 발심해서 출가할 때 우리는 부처님께 계율을 지키며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수행자의 근본은 계율이다.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에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할 수행자들로 인해 더 큰 아픔을 남기게 되어 참으로 유감스럽다.

치문에 보면, 백수(百獸)의 왕인 사자는 외부로부터의 적에게는 파괴되지 않고 사자의 몸속에 살고 있는 벌레에 의해서 파괴되고 마침내 생명까지 위태롭게 된다는 사자충(獅子蟲) 이야기가 나온다.

불법도 마찬가지로 외적에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소홀히 할 때 내부로부터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비유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승가는 화합의 공동체이다. 모든 수행자들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재발심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는 수행자가 되도록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

■ 원택스님 / 부산 고심정사 주지

백양사 사건은 엄중한 일벌백계와 더불어 종단의 지계정신을 되살림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백양사 종권 다툼문제다. 이번 사건을 야기한 백양사 종권 다툼의 당사자에 대한 준엄한 질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주지 선거 등 각종 선거제도가 대중의 공의를 모을 수 있는 승가 고유의 방식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종단 내부 문제가 외부로 표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종교 지도자는 사회에 가르침을 전할 만한 수행력과 연륜, 도덕성이 있어야 함에도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돈 잘 쓰고 화려한 언변, 정치력이 있는 스님이 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994년 종단 개혁 시 기틀을 다진 현행 종단 선거법이 20년 남짓 지난 지금에도 맞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

■ 법만스님 /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

OO은 해서는 안되는 삿된 일이고, 특히 승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는 참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에 대단한 뉴스가치가 있는 것처럼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얽혀 연일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다수의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

또한 무조건 감추려고 하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여 부처님법에 걸맞는 승가공동체의 삶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불자들이 패배감이나 무력감을 가져서는 안된다. 이미 벌어진 사건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참회하고, 스님들의 일상생활과 관련, 현실적인 법제도 개선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 월암스님 /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

열심히 수행하고, 포교하는 스님들이 많은 데 이같은 일이 발생해 암담하고 부끄러운 지경이다. OO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는 자체가 승가 지도부의 풍토, 의식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구조적인 모순이다.

스님들은 수행에 몰두하고 재정을 투명화하고 사찰 운영을 재가자들에게 맡기는 등 해결책이 있다. 출ㆍ재가가 함께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제대로 해결되면 정화될 수 있겠지만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승가 지도층에서 미봉책으로 해결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고 온 몸을 던지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 해월스님 / 해인사승가대학장

전국 교구 본말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참회기간을 지정해 공개적으로 발로참회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있는 참회라는 평가를 얻을 것이다. 다만 전 조계사 주지 토진스님의 경우 종단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온 분이다. 수많은 공적을 이번 과오 하나가 무너뜨리는 형국이어서, 안타까운 심정이다.

■ 임희웅 / 포교사단장

종단에서 자성과 쇄신을 위한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나왔다는 것은 중앙의 종책을 받아들이는 강도에 차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문제를 해당 스님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된다. 재가자들이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스님들이 바르게 수행을 하도록 돕고, 외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로 오늘날 불교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신도회는 신도회 대로 참회를 해야 한다.

더불어 종단에서는 뼈를 깎는 각오로 종책을 제시하고 강하게 시행해야 한다.저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논의에 앞서 종단과 불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최용춘 / 교수불자회장

매우 마음이 아픈 일이다. 일선에서 많은 스님들이 포교와 복지, 사회정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런데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그동안 불교가 용산참사 피해자 구호를 위한 활동, 환경과 생명사업 등을 얼마나 많이 진행했나. 하지만 그런 활동이 이번 건으로 모두 묻혀버리고 말았다.

종교지도자 답지 못한 행동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그에 대해서는 겸허히 참회를 해야 한다. 더불어서 승가의 위의를 지키기 위해 스님들 뿐 아니라 재가불자들도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편으로 현재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인재를 키워야 한다. 사회 곳곳에 불자들이 자리하고 있어야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부대중의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필요하다.

■ 정우식 / 대한불교청년회장

특정세력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성 사건이자 고발장을 낸 사람이 조계종 승적이 박탈된 사람이라는 점 등 갈수록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승가의 일이니 지켜보자’는 태도는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청년불자들은 공업대중의 일원으로서 탓하고 비판하는 입장을 넘어 주인된 자세로, 승가위의 회복과 종단 쇄신에 나설 것이다. 이를 위해 승가를 제대로, 바르게 모시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기 위해 참회법회 개최, 삼칠일 참회기도 정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108배 참회기도에 동참 등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종단의 자성과 쇄신 위해 파사현정을 깃발을 높이 들어 사찰운영위원회 실시 요청, 중앙종회 및 교구종회에 재가신도 참여 위한 종법개정운동 전개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사부대중과 함께 ‘정법불교’, ‘대승불교운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 지현스님 / 조계총림 송광사 율주

각자가 참회하며 문제를 끌어안고 책임을 통감하며 용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부처님 입장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 이는 없다. 우리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본분은 잘 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정견을 바탕으로 계정혜 삼학을 익히며 극복해야 한다. 청정승가를 만들어 가는데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10·27법난과 1994년 개혁종단 출범 등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사회적 지탄도 받았지만, 우리는 슬기롭게 대처해왔고 오히려 종단 발전의 계기가 된 측면도 있다.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것이 없다.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이번 사태도 종단 발전을 위한 소중한 역할을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