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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백일장 제 45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대상 작품 (멈춰버린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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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한불청지기 작성일26-05-08 09:56 조회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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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해 대 상

 

성명 이시우

제목 멈춰버린 것은 – 부제 학업중단숙려제

 

 

모르는 사무실에 앉아 상담 선생님을 기다린다

내 앞에 놓이 종이컵이 오늘의 주인공

거기에 어제의 내 맨발이 담길 예정이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두 눈을 감는다

숙려 기간이니까 내 마음에 집중해본다

 

 

새벽 등굣길지하철역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 등이 보인다

눈 내린 가문비나무 사이사이 밤새 불 밝힌 딸기 비닐하우스동이 어선처럼 지나간다

그 과육에 깃든 앳된 씨앗들앞바퀴에 튕겨 다시 숲으로 돌아간다

속성으로 가는 길엔 항상 지원진 것들이 있지

가령림프부종을 앓고 있는 할머니의 더딘 보폭과 시금치 된장국 같은 것들.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한 채 나는 현관문을 나서야 했다

페달을 밟을수록 뒤로 가는 마음들

제철을 잃은 마음들...

 

 

누군가 서류 한 장을 내민다

다음 중 자퇴 사유에 해당되는 것을 고르시오

학업 부진건강 악화가정 불화경제 문제 등등

 

 

나는 고심하다가 펜을 내려놓는다

다시 숙려하기 시작한다

 

 

오후의 교실바닥에 뿌리 내린 내 두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일부러 물을 주지 않은 고무나무는 그 생육이 더욱 왕성해지고

떠나온 아열대그 숲의 열기를 잊지 않는다고 한다

숨을 내쉬면서 누군가의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것

더 둥글게 타원형을 유지하는 것

내 발바닥은 원래 물고기였다 그 지느러미가 내 뿌리였다

다음 중 헤엄을 못 치게 된 사유에 해당되는 것을 고르시오

자꾸 가라앉는다 노력해도 가라앉는다 헤매도 가라앉는다

 

 

상담 선생님이 들어온다

그는 천천히 내 서류를 읽는다

서류에 지워진 것들과 가라앉은 것들 사이로

재가 된 마음들이 흩날린다 화르륵 불꽃이 인다

 

 

이제 네 이야기를 들어볼까?

 

 

나는 어리둥절해진 마음으로 다시 숙려를 숙려해본다

멈추지 않는 시간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말들이

종이컵에 담겨간다

오늘의 주인공은 종이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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