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선사 일화 속 사상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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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만 작성일12-10-11 17:49 조회3,612회 댓글1건본문
우리의 가장 큰 원수- 34
선생은 웅변에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말이 유창하고 논리가 정연하며 목소리 또한 맑고 힘찼다. 그리고 선생이 강연을 하게 되면 으레 일제의 형사들이 임석하게 되었는데 어찌나 청중들을 매혹시키는지 그들조차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고 한다.
"여러분, 우리의 가장 큰 원수는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소련입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미국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아슬아슬한 자문자답식 강연에, 임석했던 형사들은 차차 상기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청중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장 큰 원수는 일본일까요? 남들은 모두들 일본이 우리의 가장 큰 원수라고 합디다"
선생의 능수능란한 강연은 이렇게 발전해 갔다. 임석 형사가 눈에 쌍심지를 켠 것은 바로 이때다.
"중지! 연설 중지! "
그러나 선생은 아랑곳없이 어느새 말끝을 다른 각도로 돌려놓고 있었다.
"아닙니다. 우리의 원수는 소련도 아니요, 미국도 아닙니다. 물론 일본도 아닙니다. 우리의 원수는 바로 우리들 자신입니다.
우리들 자신의 게으름, 이것이 바로 우리의 가장 큰 원수라는 말입니다."
말끝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했다. 이쯤 되니 일제 경찰들도 더 손을 못 대고 머리만 긁을 뿐이었다.
나를 埋藏시켜라(나를 매장시켜라)- 35
선생은 젊은이들을 사랑할 뿐 아니라 모든 기대를 그들에게 걸었다. 따라서 젊은 후진들이 선생 자신보다 한걸음 앞장서 전진하기를 마음 깊이 바라고 있었다.
공부도 더 많이 하고 일도 더 많이 하여 선생 자신과 같은 존재는 오히려 빛이 나지 않을 정도로 되기를 바랐었다.
그러므로, 소심(小心)하고 무기력한 젊은이들을 보면 심히 못마땅해했다.
더구나 술을 한잔 하여 얼근히 취하면 괄괄한 성격에 불이 붙어, 젊은 사람들에게 사정없이 호통을 쳤다.
"이놈들아, 나를 매장시켜봐. 나 같은 존재는 독립 운동에 필요도 없을 정도로 네놈들이 앞서 나가 일해 봐! "
젊은이들 가운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가는 이가 있으면 선생은 오히려 축하한다고 격려하였다.
난 그런 거 모르오- 36
선생이 불교사(佛敎社)에 재직하고 있던 어느날, 식산은행(殖産銀行)에서 선생에게 도장을 갖고 오라는 공한(公翰)이 왔다.
그러나, 선생은 갈 리가 없었다. 그후 식산은행 측에서 서류뭉치를 들고 불교사까지 찾아와서 도장을 찍어달라는 것이었다.
"왜 도장을 찍으라는 거요? " 선생의 물음은 간단하였다.
"선생님, 성북동에 있는 산림(山林) 20여만 평을 무상으로 선생님께 드리려는 겁니다. 도장만 찍으시면 선생님의 재산이 되는 것입니다."
이 말에 선생은 홱 돌아 앉으며
"난 그런 거 모르오!." 하고 거절하였다.
- 편집 보강(김영만) 전법위원 -
출처: 만해기념관(http://www.manhae.or.kr/)
댓글목록
김영만님의 댓글
김영만 작성일
출가 신분으로 불교적 화제로 연설하며
대중을 압도하는 민족해방 일갈의 만해선사,
강건하신 기계의 만해선사, 무소유의 삶을
보여주신 만해선사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