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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출신 스님.포교사 육성이 핵심 |
재미교포, 김일성대학서
‘성서’ 과목 강의
평양 봉수교회에
신학원 교육관 신축
매년 운영비도 ‘지원’
불교는 상층부 대화 치중
지금부터 20년 후인 2033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또한 불교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종단을 움직이는 주축은 1970~1980년대 출가한 스님들이다. 연령은 50대 중반에서 60초반이다. 6.25한국전쟁 전후 출생해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자랐고, 경제발전을 몸소 체험하며 불교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20년 후면 다음 세대 스님들이 그 뒤를 받치게 된다. 현재 30~40대 스님들로, 의식주의 빈곤에서 벗어나 성장한 세대다. 즉, 사회를 보는 시각과 불교를 보는 관점이 현재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가불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학생회, 청년회가 붐을 이뤘던 1970~1980년대 신행을 시작했던 주축은 고령화 될 것이고, 1990년대 이후 불교에 귀의한 사람들이 불자로서 살아가게 된다. 신심 깊던 부모 세대(현 60~80대)도 세상을 거의 떠난 시기다. 현재 청년 포교현황으로 볼 때 20년 후 불자들 가운데 학생회나 청년회를 거친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즉, 한발 떨어진 위치의 생활인으로서 불교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20년 후 불교를 위해 지금 우리 사부대중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통일된 한반도에서 불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본지 취재2부에서는 그 과제를 짚어보며 대안을 모색하고자 8회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찾아온다. 남북관계가 위기로 치달으면서, 한편으로 북한의 급격한 변화와 평화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 전문가 대부분은 20년 이내 우리나라가 통일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통일이후 불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것인가, 개신교에 뒤쳐져 제2, 제3의 종교로 전락할 것인가. 그 답은 현재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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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경> <찬송가>. |
“왜 불교는 건물 불사에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신교는 평양에 신학대학을 설립해 목사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통일이 되서 그 목사들이 앞장서 선교활동을 한다면, 건물 몇 개 짓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닐 겁니다.”
개신교 대북사업을 담당해온 A씨는 지난 5일 개신교의 대북선교현황을 이렇게 전했다. 현재 한 재미교포가 김일성대학 교수로 들어가 성서과목을 교육하고 있다. 또 평양 봉수교회에 신학원 교육관을 신축하고, 조선그리스도연맹을 통해 매년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3년 과정인 신학원에는 15명 내외의 북한 선교사들이 교육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개신교의 각종 대북지원은 무조건 그리스도연맹을 통해 이뤄진다. 그 결과 북한에서 개신교 인사들의 영향력이 타종교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불교는 당국과 대화에 치중하고 있다 보니 조선불교도연맹의 북한 내 영향력은 미비하다”고 평가하고 “북한 불교를 지원하는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 북한불교 현황은 어떤가.
통일이후 북한 ‘포교대책’ 1면에 이어
북한 출신 스님.포교사 육성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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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춘천 정법사에서 하나원 교육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가정체험 행사에서 사찰 신도들이 교육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
수행력 갖춘 스님 한명이
수십 곳 사찰 복원 가능…
신계사ㆍ영통사 복원할 때
개신교는 평양신학대학 건립
매년 수명의 목사 배출
새터민, 사찰직원 채용
북한 포교사로 활용하자
반면 북한에서 의식을 집전하고, 법문하며 수행하는 스님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스님은 사찰과 문화재를 관리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즉, 통일 후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더라도 포교할 스님이 없다.
불교계는 그동안 남북 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신계사 복원사업, 개성 영통사 복원의 성과를 이뤄냈다. 올해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발표한 대북관련 사업은 평양에 불교회관 건립, 불교문화재 공동전수조사가 주된 내용이다. 불교계의 여타 대북지원단체가 내놓은 사업도 지원사업 중심이다. 통일 후를 대비한 포교정책은 없다.
전준호 대한불교청년회 회장은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인재육성의 필요성부터 강조했다. 전준호 회장은 “현재 사찰 한 곳을 복원하기보다, 북한 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스님, 포교사를 배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중국 불교성장을 이끈 조박초 선생 같은 사람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재를 육성할 것인가. 통일기금을 조성해 남북관계가 호전될 때 평양에 승가대학을 건립하는 것이 제일 과제로 꼽힌다. 승가대학 운영은 북한에서 하지만, 경전이나 교육체계, 수행법 등을 전해준다면 큰 역할이 될 터. 매년 10여명의 스님을 배출한다면 20년 후 200명의 스님이 활동하게 된다. 적어도 북한 1개 시군마다 활동할 수 있는 숫자다.
또 다른 방법은 탈북자 출신의 출가자 배출이다. 국내 탈북자 출신 목사는 다수 있다. 반면 탈북자 출신 스님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정도스님(본명 임종철)이 유일하다. 최근 출가한 정도스님은 “북한 사람들을 포교하는데 북한출신 스님이 효과적이란 것은 당연하다”며 “탈북자 가운데도 많은 사람이 출가한다면 통일 이후 불교를 북한에 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수십 명의 젊은 스님들을 우리나라에 보내 간화선 수행을 체험하고 있다. 남북 간 교류사업도 행사 중심이 아니라 체험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새터민(탈북자)에 대한 포교도 좋은 방법이다. 새터민이 한국불교를 밀접하게 접하고 교리를 공부한다면, 그들은 통일이후 북한에서 활동적인 포교사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발심출가도 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탈북자 포교를 할 것인가.
개신교가 선교방안으로 널리 활용하는 것은 쿠폰제도다. 새터민들은 처음 정착기에 밥그릇에서부터 냉장고, 세탁기까지 다양한 살림도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적은 수입으로 필요한 물건을 모두 구입할 수도 없다. 이에 몇몇 교회에서는 새터민들이 교회에 나올 때마다 쿠폰을 주고, 이를 중고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장에는 신자들이 쓰던 물건을 재활용해 전시하고 있다.
산중에 위치한 불교의 여건상 이런 제도를 차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른 대안으로 새터민을 공양주 보살이나 사찰 일을 돌보는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새터민 다수는 가족이 없이 혼자 생계를 꾸려간다. 여성의 경우 직업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이 간병인. 병원에 머물면서 식사를 해결하고, 한 달에 120만원 남짓의 급여를 받는다. 이 가운데 각종 공과금을 지출하고, 탈북과정에서 얻은 빚 등을 갚고 나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수원 우만동에 거주하는 김순례(36세, 가명) 씨는 “남한에서 밥을 굶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행복을 찾기 어렵고,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며 “병원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일이 고되다”고 털어놨다.
이들에게 사찰음식 교육을 시켜 공양주로 활용하면 어떨까.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며, 별도의 생활비가 들지 않아 급여도 꼬박꼬박 저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예불과 각종 불교행사를 직접 체험하면서 신심도 높아질 수 있다. 불교의 생활습관과 문화를 몸에 익힌 새터민들이 통일이후 고향에서 활동한다면 더할 나위없는 포교사로 거듭날 수 있다.
안성 하나원에서 불교반 종교 활동을 이끌고 있는 홍성란 포교사는 “탈북 이후 하나원에서 교육받는 동안 법당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퇴소 이후 개신교로 개종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에 가야 고향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찰에서는 새터민들을 위한 배려가 없다보니 찾아가기에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 경제적인 문제도 크다”며 “새터민을 사찰에서 활용한다면 그들에게도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후 통일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지금 불교계가 해야 할 핵심 사업은 ‘스님과 포교사’ 육성이다. 지금부터 발심출가해도 최소 10년은 지나야 스님으로 위의를 갖추게 된다. 북한 내 승가대학 건립 및 지원, 탈북자를 신심 있는 불자로 길러내야 한다. 통일 이후 북한 포교는 그 지역 출신이 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