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子들의 금메달 퍼레이드 “세계가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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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호 작성일10-02-24 10:02 조회5,446회 댓글1건본문
햇빛을 받으면 은비늘 같은 파랑이 거울처럼 부서져 눈이 시었다. 손톱이 새까만 아이는 눈을 찡그렸다. 잘 벼린 날이 수평선처럼 서늘하고 투명하게 아이의 가슴을 베고 갔다. 어머니는 아이의 두 손엔 운동화 대신 스케이트화를 쥐어줬다.
밴쿠버 겨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여자 500m 경기와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세계 각국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얻은 모태범-이상화-이정수 선수의 금빛 승전보는 불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달궜다. 세 선수 모두 독실한 불자 집안에서 자란 부처님의 아들 딸이다. 선수들의 어머니 정연화-김인순-이영림 씨는 빙상을 가르는 스케이트날과 같은 매서운 한파에도 아랑곳없이 부처님전 앞에서 시린 손을 비비며 매일같이 자식들을 위해 기도해왔다.
2월 17일 스피트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 선수는 1, 2차 합계 76초90의 기록으로 한국 여자 빙상계의 숙원을 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녀의 빙상 인생은 동국학원 은석초등학교 재학 시절 선물 받은 스케이트화의 날이 뿜고 있는 차고 시린 흰빛에 매료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모태범-이상화, 종립 은석초교 동기생
이 선수는 초등학교 정규 과목 시간에 스케이트를 처음 접했다. 어머니 김인순 씨는 그녀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빙상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자꾸 넘어지니까 어린 아이가 오기가 생기는지 그날 이후로 쉴 새 없이 연습을 하더라구요. 상화가 어릴 때부터 집념이 강했어요.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 빙판에서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불자로 익히 알려져 온 이상화 선수의 금빛 낭보에 앞서 2월 16일 대한민국 빙속 역사상 첫 금메달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모태범 선수가 불자라는 사실에 교계의 기쁨은 두배가 됐다. 모태범 선수는 그간 1000m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였지만 빼어난 컨디션과 경기력을 바탕으로 인상적인 레이스를 펼친 끝에 한국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첫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모태범 선수는 양 손목에 단주를 낀 채 시상식에서 세레모니를 장식했다. 불자로서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전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순간이었다. 이밖에도 경기 직후 이뤄진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것 같더라. 교회를 다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불교다”라고 답하며 양 손목에 낀 단주를 자랑스럽게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모태범 선수의 부모인 모영열(51), 정연화(49) 씨는 남양주 봉선사 신도다. 모 선수가 경기에 나갈 때면 매일같이 절에가 108배를 하며 아들의 무사고와 고득점을 기원했다. 모 선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스케이트화를 신기 시작했다. 모 선수에게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정 씨는 급기야 스케이트부가 있는 은석초등학교로 모 선수를 전학시켰다. 정 씨는 “태범이가 경기에 출전하기 전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에게 금메달이라는 멋진 선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는데 너무나 큰 선물을 받은것 같다“며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한 덕분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1인자’ 자리에 오른 이정수 선수의 어머니 역시 독실한 불자다. “노적사는 정수에게 외갓집과 같은 곳이에요. 노적사 노적암에서 매일같이 기도할 때 정수를 가졌습니다.” 불심이 깊은 이 씨 덕분에 이정수 선수는 자연스럽게 불심을 키우게 됐다.
선수들 어머니 경기 전 법당서 예불
2월 17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주에서 힘차게 코너를 돌고 있는 모태범 선수. 사진제공=대한체육회
조계사 어린이법회 출신이기도 한 이 선수는 바쁜 훈련 일정에도 어머니를 따라 노적사에 갔다. 이 씨는 “정수에게 노적사는 놀이터와 같은 곳이기도 하다”며 “정수를 위해 항상 기도해준 노적사 주지 종후 스님을 비롯해 신도님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운동선수를 아들로 둔 덕에 자신의 신심이 더 깊어졌다”며 “모두가 부처님법에 인연을 맺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쉴 틈 없이 전개되는 고된 훈련에도 선수들은 조계종과 대한불교체육인연합회가 운영하고 있는 태릉선수촌 법당을 종종 찾아 법회를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중요한 경기에 출전할 때면 부처님전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화 선수 어머니 김인순 씨는 “중요한 경기에 출전할 때면 태릉선수촌 법당에 찾아가 예불을 드린다고 전해 들었다”며 “기도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모태범 선수의 아버지 모영열 씨는 “태범이는 경기나 훈련이 없을 땐 어머니를 따라 함께 봉선사에 찾아가는 것을 좋아했다”며 “절을 하며 기도를 드리면 마음이 편안해져 운동에 집중할 수 있어 절에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법보신문1037호 [2010년 02월 20일 00:05]
밴쿠버 겨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여자 500m 경기와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세계 각국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얻은 모태범-이상화-이정수 선수의 금빛 승전보는 불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달궜다. 세 선수 모두 독실한 불자 집안에서 자란 부처님의 아들 딸이다. 선수들의 어머니 정연화-김인순-이영림 씨는 빙상을 가르는 스케이트날과 같은 매서운 한파에도 아랑곳없이 부처님전 앞에서 시린 손을 비비며 매일같이 자식들을 위해 기도해왔다.
2월 17일 스피트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 선수는 1, 2차 합계 76초90의 기록으로 한국 여자 빙상계의 숙원을 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녀의 빙상 인생은 동국학원 은석초등학교 재학 시절 선물 받은 스케이트화의 날이 뿜고 있는 차고 시린 흰빛에 매료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모태범-이상화, 종립 은석초교 동기생
이 선수는 초등학교 정규 과목 시간에 스케이트를 처음 접했다. 어머니 김인순 씨는 그녀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빙상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자꾸 넘어지니까 어린 아이가 오기가 생기는지 그날 이후로 쉴 새 없이 연습을 하더라구요. 상화가 어릴 때부터 집념이 강했어요.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 빙판에서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불자로 익히 알려져 온 이상화 선수의 금빛 낭보에 앞서 2월 16일 대한민국 빙속 역사상 첫 금메달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모태범 선수가 불자라는 사실에 교계의 기쁨은 두배가 됐다. 모태범 선수는 그간 1000m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였지만 빼어난 컨디션과 경기력을 바탕으로 인상적인 레이스를 펼친 끝에 한국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첫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모태범 선수는 양 손목에 단주를 낀 채 시상식에서 세레모니를 장식했다. 불자로서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전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순간이었다. 이밖에도 경기 직후 이뤄진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것 같더라. 교회를 다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불교다”라고 답하며 양 손목에 낀 단주를 자랑스럽게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모태범 선수의 부모인 모영열(51), 정연화(49) 씨는 남양주 봉선사 신도다. 모 선수가 경기에 나갈 때면 매일같이 절에가 108배를 하며 아들의 무사고와 고득점을 기원했다. 모 선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스케이트화를 신기 시작했다. 모 선수에게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정 씨는 급기야 스케이트부가 있는 은석초등학교로 모 선수를 전학시켰다. 정 씨는 “태범이가 경기에 출전하기 전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에게 금메달이라는 멋진 선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는데 너무나 큰 선물을 받은것 같다“며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한 덕분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1인자’ 자리에 오른 이정수 선수의 어머니 역시 독실한 불자다. “노적사는 정수에게 외갓집과 같은 곳이에요. 노적사 노적암에서 매일같이 기도할 때 정수를 가졌습니다.” 불심이 깊은 이 씨 덕분에 이정수 선수는 자연스럽게 불심을 키우게 됐다.
선수들 어머니 경기 전 법당서 예불
2월 17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주에서 힘차게 코너를 돌고 있는 모태범 선수. 사진제공=대한체육회
조계사 어린이법회 출신이기도 한 이 선수는 바쁜 훈련 일정에도 어머니를 따라 노적사에 갔다. 이 씨는 “정수에게 노적사는 놀이터와 같은 곳이기도 하다”며 “정수를 위해 항상 기도해준 노적사 주지 종후 스님을 비롯해 신도님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운동선수를 아들로 둔 덕에 자신의 신심이 더 깊어졌다”며 “모두가 부처님법에 인연을 맺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쉴 틈 없이 전개되는 고된 훈련에도 선수들은 조계종과 대한불교체육인연합회가 운영하고 있는 태릉선수촌 법당을 종종 찾아 법회를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중요한 경기에 출전할 때면 부처님전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화 선수 어머니 김인순 씨는 “중요한 경기에 출전할 때면 태릉선수촌 법당에 찾아가 예불을 드린다고 전해 들었다”며 “기도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모태범 선수의 아버지 모영열 씨는 “태범이는 경기나 훈련이 없을 땐 어머니를 따라 함께 봉선사에 찾아가는 것을 좋아했다”며 “절을 하며 기도를 드리면 마음이 편안해져 운동에 집중할 수 있어 절에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법보신문1037호 [2010년 02월 20일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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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님의 댓글
정재호 작성일이런 글 올리기 민망하기도 하지만 일부 타종교 운동선수들의 지나친 세레모니를 보면서 불자 운동선수, 연예인들의 기사도 함게 공유해야 겠다는 생각에 시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