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대상 수상작 - 이시우 > 공지사항

사이트 내 전체검색

모두가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청년 부처님의 세상
공지사항

공지사항

공고 제45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대상 수상작 - 이시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대한불청지기 작성일25-04-01 16:25 조회2,670회 댓글0건

본문

만 해 대 상

부문 : 고등 운문

성명 : 이시우

시제 : 멈춰버린 것은

제목 : 멈춰버린 것은 부제 : 학업중단숙려제

 

모르는 사무실에 앉아 상담 선생님을 기다린다

내 앞에 놓이 종이컵이 오늘의 주인공

거기에 어제의 내 맨발이 담길 예정이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두 눈을 감는다

숙려 기간이니까 내 마음에 집중해본다

 

새벽 등굣길, 지하철역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 등이 보인다

눈 내린 가문비나무 사이사이 밤새 불 밝힌 딸기 비닐하우스동이 어선처럼 지나간다

그 과육에 깃든 앳된 씨앗들, 앞바퀴에 튕겨 다시 숲으로 돌아간다

속성으로 가는 길엔 항상 지원진 것들이 있지

가령, 림프부종을 앓고 있는 할머니의 더딘 보폭과 시금치 된장국 같은 것들.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한 채 나는 현관문을 나서야 했다

페달을 밟을수록 뒤로 가는 마음들

제철을 잃은 마음들...

 

누군가 서류 한 장을 내민다

다음 중 자퇴 사유에 해당되는 것을 고르시오

학업 부진, 건강 악화, 가정 불화, 경제 문제 등등

 

나는 고심하다가 펜을 내려놓는다

다시 숙려하기 시작한다

 

오후의 교실, 바닥에 뿌리 내린 내 두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일부러 물을 주지 않은 고무나무는 그 생육이 더욱 왕성해지고

떠나온 아열대, 그 숲의 열기를 잊지 않는다고 한다

숨을 내쉬면서 누군가의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것

더 둥글게 타원형을 유지하는 것

내 발바닥은 원래 물고기였다 그 지느러미가 내 뿌리였다

다음 중 헤엄을 못 치게 된 사유에 해당되는 것을 고르시오

자꾸 가라앉는다 노력해도 가라앉는다 헤매도 가라앉는다

 

상담 선생님이 들어온다

그는 천천히 내 서류를 읽는다

서류에 지워진 것들과 가라앉은 것들 사이로

재가 된 마음들이 흩날린다 화르륵 불꽃이 인다

 

, 이제 네 이야기를 들어볼까?

 

나는 어리둥절해진 마음으로 다시 숙려를 숙려해본다

멈추지 않는 시간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말들이

종이컵에 담겨간다

오늘의 주인공은 종이컵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3144) 서울특별시 우정국로 67 전법회관 401호 대한불교청년회T. 02)738-1920F. 02)735-2707E-mail. kyba1920@hanmail.net

COPYRIGHT ⓒ 2017 (사)대한불교청년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