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대상 작품(제목 : 끝나지 않는 놀이 / 글제 : 침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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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한불청지기 작성일22-09-02 13:08 조회6,417회 댓글1건본문
끝나지 않는 놀이
<글제 : 침묵의 시간>
민윤지
청명고등학교 3학년
1
날개를 떼어내고
남은 몸통은 발로 밟아 뭉갰다
더 이상 그림자가 생기지 않을 잠자리,
우리는 그런 놀이를 즐겼다
개미굴을 찾아내 먹다 남은 라면 국물을 버리는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잠자리 대신 바닥에 늘어진 나의 팔을 흙으로 덮었다
그림자의 팔은 나보다 무거워서
밤이 될 때까지 흙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배를 웅크려 감출 때마다
사라질 날개가 생겼다
2
가방 안에서 자꾸만 죽은 개구리가 발견되었다
올챙이는 가만히 있어도 가라앉지 않는다
개구리는 배를 문지르면 잠에 든다는 가설
아이들은 약손을 내밀어 나의 배를 문지른다
눈을 감지 않을 때마다 비틀어 꼬집히는 살갗
콩알탄처럼 터지는 비명을 참아내고
올챙이의 꼬리가 퇴화 되어갈 동안
모세혈관이 폭죽 튀듯 뒤틀렸다
죽은 듯 눈을 감고 있었을 때에도
항상 웃고 있었지,
나는 즐거웠다
축 늘어진 손가락의 그림자가
죽은 개구리를 따라하며 부풀어 오른다
3
사마귀는 기생충에 의해 속부터 곪아간다
긴 다리는 쓰지 않는다
팔 위로 사마귀처럼 돋아난 멍
아이들이 괴롭힐 때에도
길게 자라는 송곳니는 쓰지도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퇴화하는 날개를 감춰두는 것 뿐
투명해서 그림자도 존재하지 않는 날개는
안으로 파고들며 곪아갔다
4
나는 놀이터에 홀로 남아
미끄럼틀 안으로 들어간다
모든 소음이 울리는 곳
약손을 들어 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댓글목록
1님의 댓글
1 작성일
대상 정말궁굼했는데요
기대만큼 감동입니다
모든이들이 성장하고 살아가면서 감내하는 고충이 글로 전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