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대상 작품(제목 : 여름의문양 / 글제 :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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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한불청지기 작성일23-12-11 19:55 조회3,388회 댓글0건본문
여름의 문양
<글제 : 여름밤>
성은채
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내가 태어날 때 부터 그려진
만다라,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을
나의 만다라는 동그란 무릎에서 시작되고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도화지에
할머니의 마음으로 동그란 원을 그렸다
나를 중심으로 그린 원 안으로
자꾸만 뭉그러지는 것 같던 아홉의 여름
할머니는 안으로 작아지는 양파를 쥐고 있었다.
겉껍질을 까며 져녁을 구상했다
내가 계속해서 손을 잡는 꿈을 꿨어
가운데에 선 사람은 양팔을 벌려야 했고
더 이상 건넬 손이 없을 때
뭉그러진 얼굴로 잠에서 깼다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여름의 문양을 가진다는데
내 여름에 새겨진 건
습기에 찌그러진 구름들, 덜그려진 동그라미들
할머니는 밤에도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양파도 만다라가 될 수 있을까
조각내고 나서야
모양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서
도마 위에 쌓이는 무릎
늦은 저녁을 준비하는 할머니에게서
내가 시작되는 곳을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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