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상 작품(편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대한불교청년회 작성일17-04-12 17:16 조회5,138회 댓글0건본문
편 지
동국대학교 1학년
안 지 영
예천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빠는 장기숙박 중
집에 오지 못하는 날이면 택배를 보낸다
흙먼지 묻은 신발 대신 현관에 선 택배상자
상자 안에서 챙강이는 소리내며
아빠 대신 문을 두드리는 참기름 두 병
그리움만 죽 짜낸 참기름은 고소한눈물을 찰랑이고
함께 보낸 사과의 등은 짓물려 멍이 들었다
사과의 등에선 어렴풋이 파스냄새가 난다
상자 귀퉁이에 따라온 편지는 작은 사과꽃
꼬깃하게 접힌 꽃잎에선 내 걱정이 빼곡하다
글쓰는 재주 없다 말하는 아빠의 편지에서
나는 아직도 어린 막내, 잠 덜 깬 애벌레처럼
꾸물거리며 기어나온다
글자 없이도 편지가 되는 것들이 있다
예천에서 택배를 부치는 아빠의 저녁은
한 장의 편지가 되고는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