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대상 작품(만만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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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한불교청년회 작성일17-04-12 17:12 조회5,532회 댓글27건본문
만만한 이름
대명여고 3학년
강 민 지
자줏빛 암막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한 줌에 채색되는 곳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개구리가 든 마취 병이 놓여 있다
마취제를 듬뿍 적신 솜,
빈틈 없이 꽉 잠긴 마취 병
힘 없이 누워 있는 개구리
네 다리는 뾰족한 핀으로 고정된다
원소기호 외우듯 나열되는 소문들
낱낱이 조각나는 만만한 이름들
아이들은 입을 크게 벌려
웃고 있다, 웃음소리는
해부용 칼보다 날카롭다
아무렇지 않게
개구리 몸을 발라내고 있다
해부용 가위가 개구리의 얇은 피부에 상처를 내는 것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비릿한 약품 냄새 나는 과학실
한쪽 벽면에서는 이미 배가 갈라진
오징어와 닭이 전시되어 있다
테이블 위, 개구리 대신
내 이름이 잘게 해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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